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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식자재 마트 알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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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마트 알바 후기

1. 지원 과정

 학교 홈페이지 구인 게시판을 보고 알게 되어 지원했습니다. 그때 당시 등록금을 내기에 돈이 살짝 부족한 상태여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채우려고 했습니다.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였고 9시부터 17시까지 인데 점심을 제공해준다고 했습니다. 업무 내용은 매장 정리라고 되어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단기 알바 특성상 힘쓰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고 하루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날 지원해서 다음날에 갔습니다. 마트는 3층이고 1층은 일반적인 마트처럼 식품, 농산물 등을 판매했습니다. 2,3 층은 그릇과 같은 주방용품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1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아르바이트하러 왔다고 말하고 잠깐 대기하고 있다가 나름대로 근무복을 입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2. 업무

 일단 늙은 사장이 오더니 걸레질부터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저 말고 다른 한 명과 2층부터 걸레질을 했습니다. 그 느낌이 뭔지 다들 아시겠지만  걸레질을 해도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기분으로 걸레질하고 화장실 가서 걸레 빨기를 반복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걸레질하고 나면 선반 정리나 하려나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1층 걸레질을 했습니다. 마트가 넓어서 몇 번 걸레질하면 물이 금방 마르니 걸레가 여러 개가 있어서 닦고 오면 물에 담그고 다른 걸레를 바로 가져와서 로테이션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지친 상태로 다시 2층으로 가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장이 아주 날을 잡고 작정을 한 것 같았습니다. 선반에 있는 물건을 다 내려놓고 멀쩡한 선반을 분리했습니다. 철판으로 된 선반이었는데  이걸 또 옥상에 있는 창고로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마스크 쓰고 일하고 땀은 나고 땀 때문에 피부가 따가워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말 도망가야 할지 엄청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이 아까워서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보니까 아직도 11시였습니다. 점심 먹을 때까지 겨우 버텨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이나 먹고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심 수준이 처참했습니다. 2층에 나름대로 고깃집이었는데 단지 고깃집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것일 뿐 반찬은 나물반찬밖에 없었습니다. 그 마저도 간도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환자 밥을 먹는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살겠다고 간신히 먹었습니다. 일할 시간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후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오후에는 남은 철판으로 선반을 다시 만드는 작업과 식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선반이 좀 제대로 된 거였으면 모르겠는데 조립이 잘 안 됩니다. 철판들이 휘어있어서 짝도 맞춰야 하고 망치로 두드려가면서 맞춰야 합니다. 건설현장에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막노동 수준인데 최저시급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현장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 처참한 현장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건 그냥 건설 노동자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선반 밑 높이가 맞지 않아서 높이도 맞춰야 하고 철판들 짝도 제대로 안 맞습니다. 남자 3명이 달라붙어서 작업해야 합니다. 이 작업을 마무리할 때쯤에 쉴틈도 없이 바로 수레에 식자재들을 싣고 직원들한테 옮겨주는 일을 했습니다. 택배일을 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죽고 싶었습니다. 한 3시쯤에 간식 먹으라고 1층 마트에서 파는 값싼 빵과 음료를 가져왔는데 그거 때문에 버텼습니다. 밥도 부실하게 먹어서 너무 단비 같았습니다. 그렇게 5시까지 정신줄을 부여잡고 일을 끝냈습니다. 

3. 후기

  일하고 나서 현금으로 일당을 받았는데 고생했다고 8만 원을 받았습니다. 최저시급이라고 생각하다가 최저시급보다 많이 받으니 좋긴 했습니다. 당연히 그 정도 받는 게 맞는데 그날은 완전 노예였습니다. 근무복 벗고 마트를 나왔을 때는 정말 쇼생크 탈출이었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감격의 웃음과 서러움이 동시에 나왔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지만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돈과 노동 몸값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을 해서 8만 원을 벌어봤지만 8만 원이 같은 8만 원이 아니고 사람에게 주어진 같은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버는지가 다르니 몸값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힘든 일을 해보라는 말이 맞습니다. 정신을 다잡게 되고 공부가 되었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양하게 돈 벌 방법이 계속 생겨서 이 정도 힘듬을 경험하지 않고 더 많이 벌 수 있었습니다. 적성에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험 삼아서 한번 정도만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아르바이트 중에서 가장 힘들었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식자재 마트마다 다르니까 모든 식자재 마트가 이러지는 않지만 대충 불길한 예감이 드는 아르바이트는 그 예감이 맞으니 각오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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